뇌의 혁신으로 창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뇌과학과 미래기술

뉴로라이츠(Neurorights): 내 생각은 누구의 소유일까

장산brain 2026. 5. 7. 16:25

스마트폰은 우리의 위치와 검색 기록을 가져간다. 그러나 앞으로의 뇌기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무엇에 집중하는지, 무엇에 반응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심지어 생각의 흔적까지 데이터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뉴로라이츠(Neurorights)는 단순한 기술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릿속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매우 현실적인 권리의 문제다. 이 주제의 핵심은 뇌 데이터의 상업화, 법적 보호, 그리고 인간 존엄의 경계에 있다.

 

뉴로라이츠란 무엇인가

뉴로라이츠(Neurorights)는 뇌와 마음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제안된 권리 논의다. Ienca(2021)는 뉴로라이츠를 인간의 뇌와 정신적 영역에 관련된 자유와 보호의 원칙이라고 설명했고, Yuste 등(2017)은 뇌기술과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정신적 프라이버시, 정체성, 자율성, 공정성, 인간의 존엄과 같은 가치가 직접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의 개인정보는 이름, 주소, 검색 기록처럼 이미 밖으로 드러난 정보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뇌기술이 발달하면, 앞으로는 아직 말로 꺼내지 않은 정보까지 문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뉴로라이츠 재단은 이제 신경기술이 뇌 활동을 기록하고, 해석하고, 심지어 조작할 수도 있는 단계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성형 AI와 결합된 신경기술이 사고를 텍스트로 바꾸는 기술, 기억 향상, 뇌 질환 치료 같은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동시에 오용과 남용의 위험도 함께 키운다. 뉴로라이츠 재단은 이미 여러 소비자 신경기술 회사가 뇌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보다 더 무거운 문제다. 왜냐하면 뇌 데이터는 내가 어디에 살고 무엇을 샀는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에 끌리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같은 정신적 정보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로라이츠에서 자주 거론되는 핵심 원칙

뉴로라이츠 논의에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몇 가지 공통된 보호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정신적 프라이버시

개인의 뇌 데이터가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수집·분석·판매되지 않을 권리다. 이것은 일반 개인정보보다 더 민감하다. 왜냐하면 뇌 데이터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에 반응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까지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Ienca(2021)는 이런 이유로 정신적 프라이버시를 뉴로라이츠 논의의 핵심 축으로 본다.

(2) 개인 정체성(Identity) 보호

기술이 나의 성격, 판단 방식, 자아 감각을 임의로 바꾸거나 훼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권리이다. 뇌를 바꾸는 기술이 치료를 넘어 강화나 조작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Yuste 등(2017)은 정체성 보호를 핵심 윤리 과제로 제시했다.

(3) 자유 의지와 자율성 

사람이 외부 기술의 간섭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리이다. 뉴로라이츠 논의가 단순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정보가 새는가'만이 아니라, '판단이 흔들리는가'이기 때문이다.

(4) 공평한 접근권

뇌 강화 기술(인지 능력 향상 등)이 특정 계측에망 독점되지 않도록 할 권리이다. 이 기술이 일부 계층만의 특권이 되면, 교육과 노동, 경쟁의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접근성의 불평등도 뉴로라이츠 논의에 포함된다.

(5) 알고리즘 편향 방지

뇌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AI 알고리즘에 차별이나 편견이 섞이지 않도록 할 권리이다. 인공지능이 편향돼 있다면, 사람의 감정, 집중, 위험성, 능력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오류가 아니라 차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UNESCO도 신경기술 거버넌스에서 차별과 불공정의 위험을 중요한 윤리 문제로 다룬다.

 

세계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5년 9월 미국 연방의회에서 MIND Act(뇌 데이터 보호 법안)가 소개됐고, 2025년 5월에는 몬태나주가 Neural Data를 보호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2025년 6월에는 미국의사협회(AMA)가 신경데이터 보호 정책을 채택했다. 또한 2025년 7월에는 스페인 칸타브리아 지역에서도 유럽 최초 수준의 뉴로라이츠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며, 칠레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뇌 데이터를 보호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후 여러 나라와 지역이 이를 따라 제도화를 검토하는 발판이 되었다.

 

뇌 해킹과 신경보안은 왜 중요한가

뉴로라이츠 논의가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뇌 해킹’ 같은 문제 때문이다. 아직 영화처럼 누군가의 생각을 통째로 훔쳐보는 수준은 아니지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신경기기에 대한 보안 취약성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돼 왔다. 신체 일부와 연결된 장치, 그리고 정신적 정보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Pycroft 등(2016)은 침습적 신경조절 기기의 보안 문제를 검토하면서, 무선 연결과 장치 제어가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고, Pugh 등(2018)은 이런 위험을 ‘브레인재킹(brainjacking)’이라 부르며,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자율성과 정신적 무결성의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 : 이제는 뇌를 보호할 기준이 필요하다

뉴로라이츠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뇌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치료와 회복, 의사소통 확장이라는 큰 가능성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생각과 감정, 정체성, 자유 의지까지 데이터와 기술의 대상이 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허용하고 무엇을 반드시 지킬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이제 뇌를 보호하는 문제는 의료윤리의 일부에만 머물 수 없다. 뇌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지, 뇌기술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인간의 자율성과 존엄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술이 인간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되려면, 먼저 인간의 마음과 존엄을 지키는 경계부터 세워야 한다. 뉴로라이츠는 바로 그 경계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참고 문헌

  • Ienca, M. (2021). On neurorights.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15, 701258. 
  • Yuste, R., Goering, S., Arcas, B. A. Y., et al. (2017). Four ethical priorities for neurotechnologies and AI. Nature, 551(7679), 159–163. 
  • Pugh, J., Pycroft, L., Sandberg, A., et al. (2018). Brainjacking in deep brain stimulation and autonomy. Ethics and Information Technology, 20(3), 219–232. 
  • Pycroft, L., Boccard, S. G., Owen, S. L., et al. (2016). Brainjacking: implant security issues in invasive neuromodulation. World neurosurgery92, 454-462.
  • Neurorights Foundation(뉴로라이츠 재단). (링크)
  • UNESCO. (2025). Recommendation on the ethics of neurotechnology. (링크)